♡ 표현과 사랑생각 ♡/담배.술 미워요

담배 한갑, 딱 한갑..엄마의 기다림

솜 사 탕 2011. 11. 29. 21:34

동생네 두 아이를 거둬 키우시는 어머니는, 내겐 아직도 '엄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아니면 술에 쩔어 집을 가지 못하고 잠자리 보전하러 겨우

들르기나 하는 '호로자식넘'이지만, 언제나 어제처럼 이렇고,

오늘처럼 저렇고, 이코저코 살가우신가 보다.

 

가끔 아파트 문을 나서는 내 주머니에 슬몃 찔러주시는 뭔가를

차 안에서 만져보면 영락 없이 꼬깃한 만원짜리 두어 장이다.

아직도 용돈을 주시는 게다. 

 

"이런 건 뭘라고 자꾸 주는교? 내가 얼란교? 엄마 그냥 좀 쓰소고마....."

 

가뜩으나 안 먹고 안 입고 아끼고 아끼심을 알매,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러지 마시라 손사래를 해보지만,

 

"엊저녁에 빨래 빨면서 주무이(주머니) 보이 돈 없대,

사나(사내) 놈이 돈 만원도 없으믄 기 죽는다, 고마 퍼뜩 가거래이~"

 

늘상 그런 식이다.

 

벗어두었던 양말 늘 거둬서 깨끗이 씻어두고 

아무런 감흥도 없으신 듯 내주시시만,

내심 그 깨끗한 양말을 기분좋게 신는 모습을 좋아하시는 걸 보면서

- 응석 아닌 응석에 언제나 이 나란 놈이 철이 들지를 자문한다.

 

어느 날,

잠시 집을 나가신 틈에,

양말을 찾으려 서랍을 열다 거기에

 

 

이 담배↗  한 갑이 끼어 있는 걸 본다.

 

담배를 피실 줄도 모르고 냄새도 싫어하시지만,

"담배 고만 피우믄 안 돼나, 쫌 줄욷튼지... "

하시면서도 자식 좋아하는 '잡것'을 말리지 못하고 이기지도 못하시고..... ㅜㅜ

 

늘상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화수분처럼 ,

담배가 생각 나고 주머니만 만지작거리는 기색만 있어도

적시에 담배를 툭 던져 주신다.

그래서 아마 담배를 한 보울쯤 사놓고 빼주시는가 했는데. 

 

한 갑이었다.

한 보루나 사 놓고 빼 주시는 게 아니었던 게다.

한 갑, 딱 한 갑씩, 언제든 아들 놈이 담배 떨어졌단 기색만 보여도 내주시곤,

또 한 갑을 사다 놓으셨던 게다.

 

 

이걸 피우는데 모르시니까↑,

담배포 가서

"쪼맨하고 긴 담배 주소"하고 주는대로 받아오시니 저런 담배인 거다.

 

쥐꼬리 만큼 드리는 용돈에,

돌아오는 건 언제나 그 몇 배다.

용돈에, 담배에, 깨끗이 빨아놓으시는 빨래에,

집에 갈 때면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부추김치며,

자고 일어 나면 머리맡에 속풀이 하라고 놔두시는 감주에 

어데서 구했는지 출처도 불분명한 구증구포의 흑삼까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지만,

자식 필요한 건 어데서든지 다 구하시는

내가 보기엔 참으로 불가사의한 당신의 능력이다.

 

그저 주는 사랑 , 조건 없는 사랑,

당신의 끝없는 믿음을 끝없이 배신 당하시면서도,

아직도 희망으로, 사랑으로 보시는 그 눈을 한번도 충족시켜드린 적 없건만,

 

고희를 훌쩍 넘어 희수가 가까워 쇠잔하신 몸이심에도

이 자식보다 언제나 더 힘이 세고,

자식 위한 일이면 안 되는 게 없고,

세상 누구와라도 싸울 준비가 되신 분이시다.

 

왜 없으시겠는가?

곁에 있고 싶어 곁으로 따라오니, 더 멀리 도망가는 자식 놈에 대한 원망이...

 

허나

그 원망 다 접고, 보시느니 늘상 그래도 찾아오는 자식놈이 이뿌고,

언제나 '널 위해서, 니가 필요한 것을 구해 놓겠다'시는 그 마음자리로

깊은 잠 안 자고, 자리끼 준비해 두시고,

코고는 아들넘 바로 눕혀 놓고는 아침에 한 바탕 웃으신다. 

 

"야야 , 무슨 코를 그래 기리노,, 집 날라가는 줄 알았다"

시며 손자와 한바탕 웃으시곤,,,,

"부동 술 좀 줄이거래이~"

사정을 넘어선 애원으로 자식을 살피시려지만,

이 놈의 인간이 뭐가 될라고 이러는지,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반편 인간이다.

 

술 조금 마셔라.

운전 조심해라.

사람 많은데 가거들랑 말은 조금해라.

어른들 뵙거등 인사 각근히 잘 해라.

 

유치원에서 배울 그 말씀들 다 아직 내가 듣는 말이고, 실천해야 할 말이다.

엄마한텐 50된 놈도 그저 '얼라'일 뿐인 게다.  

 

 

 

 

 

- 엄니! 제가 당신 나이 되면 당신의 맘자리 알리라 여겼건만,

아직도 못나고 용렬한, 당신께서 보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물 가에 내 놓은 아이]일 뿐인가 봅니다,

 

백수를 누리시면, 그땐 제가 당신의 그 사랑을 알런가요, 마음 밭의 크기를 가늠할런지요?


 

[나 어디 있던지 당신께서 나를 인도하시리니]

애먹여도 속썩여도 이 자식 위해 오래오래 계셔만 주이소.......

........

 

 

아고라에서 펌했어요~~어머니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