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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

솜 사 탕 2006. 12. 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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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 만에 극장에 가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장르가 드라마, 서스펜스, 로맨스, 액션까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주연 남, 녀 배우와 또 다른 강한

인상을 남긴 흑인 배우까지 다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일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 개인적으로 드라마 장르를 가장 좋아

합니다.  그러하니 이 영화도 다른 것보다는 아무래도 드라마적 요소에 더 집중하여 감

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이 영화는 제가 올 한 해 보았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슴 찡한 감동을 준 휴먼드라마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고요.

 

실지로 아프리카의 북서쪽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이란 나라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내전

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영화는 시종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맛 보았던 우리로써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서글픔을 배가 시키면서 제게 더욱

촉촉히 젖어드는 영화였구요.

 

거기에 연기력과 멋진 외모까지 겸비한 주인공 대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매디(제

니퍼 코넬리)의 잔잔한 로맨스까지 곁들어져 시종 애잔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보게 되

었는데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감동스러웠던 건 바로 또 다른 주인공 솔로몬(디몬 하운수)

의 거침없고 너무도 찐한 '부정'(父情)이었지요.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그의 거침없는 행동 앞에서 우리는 사랑의 숭고함에 깊이 머리를 조아리게 됩

니다.

 

그리고 또 그 다음으로 감동적인 게 바로 대니의 심경변화인데요.  그는 아프리카 출신

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살아남은 다이아몬드 밀수업자로 약간은 비정할 듯한 인물인데

그랬던 그가 솔로몬의 부정 앞에서 견고했던 그의 인생관(?)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마침

내는 그의 꿈이었던 'Out of Africa'를 접고 솔로몬 부자를 도와 그들에게 모든 걸 다 넘겨

주는 장면에선 눈물이 찔금 나왔습니다.  바로 거기에서 저는 우리 인간의 '성선설'을 믿

어야 할 이유를 깨달았고요.  아무리 환경의 영향을 받는 우리라 할지라도 원래 선한 우리

의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한 순간이었죠.

 

평소엔 좀 냉철한 편인 내가 영화를 볼 때는 마냥 느슨해지는(?) 이유가 바로 따뜻한 가슴

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걸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그러하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도 앞 뒤가 맞지 않네~  너무 영화적이네~ 하는 그런 투덜거림 대신 온전히 내 자

신을 영화 속으로 던져놓고 그 시간 만큼은 함께 호흡하고 함께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대니가 매디에게 전화를 걸면서 "저 아래 보이는 풍경이 너무

도 아름답다" "당신을 만났던 게 행복이었다."라고 말하고 매디도 같은 대답을 하면서 그

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쭈르륵 흘러내렸을 땐 어찌나 가슴이 아파오던지요?

 

그렇게 대니의 희생으로 솔로몬은 가족을 찾고 거기에 막대한 부까지 얻게 되면서 '진실

이 승리하고' '고난을 이겨내 행복을 거머쥔' '권선징악'의 '살아있는 증인'이 되었는데

이 또한 뻔한 결말의 영화적 해피엔딩이란 느낌보다는 정말 내 일처럼 박수를 치고 참승

리를 만끽할 수 있었던 행복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제 나름대로 보게된 교훈이랄까?  감동이 있다면 바로 우리 인간의

해칠 수 없는 위엄성입니다.  불의에 대항하고 참됨을 찾으려는 우리들의 노력 말이죠.

어쩜 대니가 그를 키워준 상사를 배반하고 자신의 안위까지 내 던지면서 솔로몬과 아들을

구해주고 싶었던 것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있는 '진정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일 거라

고 전 결론내렸습니다.  제겐 분명히 그렇게 보였지요.

 

그리고 또 하나,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진실성 앞에선 알아온 시간의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게 절대 아니고 그저 단 한 번의 눈길에서도 통할 수 있고, 말 없이도 서로를 느낄 수 있고,

꼭 같이 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자신과 인연이 될 듯한 사람에 대한

예감, 그리고 그걸 차마 떨쳐내기 어려워도 그래야 한다면 떨쳐낼 수 있는 용기, 숭고한

사랑을 영원히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는 그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사족으로 대니의 역할을 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골든글로브에서 이 영화와 또 다

른 영화 'The Departed'로 두 부분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던데 개인적으로 전 이 영

화로 주연배우상을 받았음 합니다.  그 영화보다 이 영화에서의 역할이 더욱 맘에 들었기

때문이지요.

 

좀 잔인한 장면이 여럿 나와 저도 눈을 찔금 감기도 하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흡연하고 향

락에 젖어 세뇌되어가는 장면에선 가슴이 많이 아팠었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진 않았다고 여겨집니다.  폭력적이라기보단 비참한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그런 장면을 보지 않게

되길 소망하였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말입니다.

 

관람 내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시렸지만 결국엔 '선'의 승리를 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었

던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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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는 다 야후영화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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